착한 이윤을 창출하는 '뉴 비즈니스 아이디어'

2013.04.24 15:49


발레리아 부디니치 아쇼카 부회장은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착한 이윤을 창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들 대부분은 인도,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의 사례이지만 선진국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모델들이다.
저소득층, 살 집을 마련하다
아쇼카는 개미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인도 빈민층들이 번듯한 집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아쇼카와 함께 사업을 벌였던 20여 개 인도 기업들은 이윤도 남겼으니 일석이조다. 아쇼카의 성공은 무려 2600만채의 주택이 부족할 정도로 주택난이 심각한 인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아쇼카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 중 상당수가 매달 소득이 상당하다는 데 주목했다. 행상인들과 인력거 운전사 등은 매달 미화 300달러를 벌고 있었다. 단지 이들은 집을 구입할 수 있는 목돈이 없어서 개미굴 같은 곳에서 살고 있을 뿐이었다. 은행들은 행상인들이 소득을 입증할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는 것을 거부했다.
아쇼카는 이 같은 상황을 바꾸고자 했다. 그래서 먼저 매달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빈민층 가정이 누구인지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금융회사에 제출했으며 보증기관도 섭외했다. 덕분에 은행들도 빈민층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빈민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쥐게 되자, 건설업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빈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면 이윤을 낼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아쇼카는 이들 건설업체들에 자재 납품업체들을 연결시켜 주는 등 주택건설 사업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그 결과 상당수 빈민들이 슬럼가를 벗어나 제대로 된 집에서 살게 됐다. 금융회사들은 이들에게서 받은 이자 수입으로 돈을 벌었다. 빈민층은 집을 얻고 은행은 돈을 버는 구조가 됐다.
부디니치 부회장은 "아쇼카는 지금까지 인도의 5개 도시, 12개 지역에서 이 같은 저소득층 주택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며 "생각의 전환이 건설업의 경기도 살리고 빈민촌도 없애고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지역을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부디니치 부회장은 "인도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고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무료 진단과 수익성 약품 판매 결합
인도의 미개발 지역에서는 의료시설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의료시설 또한 생각하기 힘들다. 큰 병에 걸리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비영리재단 아쇼카는 이를 극복하면서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깨끗한 물과 각종 약품을 팔면서 동시에 텔레커뮤니케이션(화상대화)을 통해 무료진단을 제공하는 브로드밴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농촌에서 귀한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으면서 정기적으로 의사의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 폭발적인 반응이 몰려왔다. 아쇼카를 통해 기업이 이런 시설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3만달러(약 3260만원) 수준. 인도의 미개발 지역에 이러한 시설을 짓는 것은 수익과 무관한 자선사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3개월만 지나면 기업들이 물과 약품을 통한 수익으로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동시에 의료시설이 없는 지역에 보건소를 짓지 않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도 1회 방문에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고 동시에 의사의 무료 진단으로 필요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인도 1곳에만 지어진 이러한 e-헬스케어 시스템을 인도 각지에 세우고 싶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기업이 농기구 지원, 판로도 보장
멕시코의 영세농들은 새로운 농업기술이 나와도 그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멕시코에서 영세농들의 수입을 획기적으로 올려줄 수 있는 새로운 호박 재배법이 등장했다고 치자. 멕시코 농부들은 우선 이 재배법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농기구를 구입할 돈이 없다. 또한 새로운 재배법을 채택했다고 하더라도 호박을 팔 판로 또한 전무하다. 이 때문에 멕시코 농부들은 낮은 생산성과 낮은 수입 속에서 가난과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쉽다.
아쇼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가치 사슬(hybrid value chain)'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원재료를 사서 가공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존의 '가치사슬'은 단일 기업 또는 계열사 내에서만 진행된다. 그러나 아쇼카는 하이브리드 가치 사슬을 통해 멕시코 농부와 기업 사이의 연결 고리를 자처하기로 했다.
즉, 멕시코 농부와 월마트, 펩시 등 세계적인 식품기업을 이어주는 역할을 맡은 것. 월마트, 펩시 등 대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멕시코 영세농들의 농작물을 구입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농작물의 질이 들쑥날쑥해 구입을 망설였다.
아쇼카는 대기업, 멕시코 농부, 비영리재단을 한데 모아놓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이 아쇼카를 통해 농부들에게 농기계를 빌려주는 것.
멕시코 농부들은 아쇼카의 중재로 새로운 재배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대기업들은 질 좋은 농작물을 구입할 수 있을 뿐더러 멕시코 영세농을 돕는 사회공헌활동도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 월마트는 아쇼카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멕시코 영세농들의 농작물을 10년간 구입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 영세농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 포장 등 관련 일자리까지 창출해낼 수 있었다. 발레리아 부디니치 아쇼카 부회장은 "세계에는 총 1조5300억달러 규모의 식료품 시장이 있지만 20억 명의 농부들은 1인당 2ha(2만㎡)보다 더 작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가치 사슬을 도입하면 모두가 경제적인 이익을 나눠 갖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 : 황미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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