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쓰레기로 돈을 버는 '지렁이 업사이클링'

마이소사이어티
2018.04.2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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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6 09:48


"꽃이 오히려 강물을 오염시킨다구요?"

인도의 상징이자 힌두교 성지인 갠지스강에 해마다 버려지는 꽃은 무려 8백만 톤에 달합니다. 힌두교인은 제단에 꽃을 바치는데요. 성스러운 꽃을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릴 수 없고 성스러운 갠지스강에 버려야 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문제는 꽃이 강물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겁니다. 꽃을 재배하고, 장식으로 꾸미는 데 사용된 농약과 살충제 성분이 강물로 스며들기 때문이지요. 비소, 납, 카드뮴 등 유해성분으로 오염된 강물은 이질, 콜레라, 간염 등을 유발시키며 순례자는 물론 인근 주민 4백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가운데, 꽃 폐기물 업사이클링으로 사태 해결에 도전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인도 강과 호수의 수질오염을 심각하게 지켜보던 두 청년이 창업한 '헬프어스그린(HelpUsGreen)'입니다.
"지렁이가 꽃을 먹고 친환경 비료를 만들어요"


창업자 중 한 명인 카란 라스토기(Karan Rastogi)는 석사과정에서 지렁이 분변토를 연구했는데요. 분변토란 지렁이가 유기물을 먹고 분해해서 배출하는 흙, 다시 말해 지렁이 똥(!)입니다. 미생물이 풍부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헬프어스그린은 칸푸르 지역의 13개 사원에서 매일 500kg의 꽃을 수거합니다. 지렁이에게는 훌륭한 유기물 공급원이죠. 수거한 꽃은 지렁이가 먹어치운 다음, 17가지 천연 요소와 커피 찌꺼기가 추가되어 '친환경 비료'로 재탄생합니다.


이들이 꽃 폐기물로 만드는 또 다른 제품은 '향'입니다. 기존 석탄으로 만든 향보다 친환경적인 이 향에는 특별한 점이 또 있는데요. 친환경 성분으로 만든 포장지에, 힌두교인이 신성시 하는 툴시(홀리 바질) 씨를 넣은 것입니다.
기존 향 포장지에는 여러 신이 그려져 있어서 꽃처럼 강과 호수에 버려야만 했는데요. 땅에 다시 심어 성스러운 툴시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꽃 쓰레기가 여성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해요"

꽃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나아지는 것은 갠지스강의 수질만이 아닙니다. 친환경 비료와 향을 만드는 과정에 1,200명이 넘는 소외계층 여성이 참여하면서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의식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렵던 이들 여성은 이제 남편보다 더 많은 소득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헬프어스그린은 화학물 무첨가 비누, 친환경 바디 클렌저, 오가닉 스티로폼 등 꽃 폐기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힌두교인은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면 죄가 씻겨진다고 믿는데요. 헬프어스그린의 두 창업자는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기 전에 먼저 갠지스강을 씻겨 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갠지스강이 힌두교인의 마음은 물론 몸까지 깨끗이 씻겨줄 날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합니다.
마이소사이어티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기술과 사회적 가치를 연결하는 소셜벤처입니다. 모바일 지역조사 앱 'Kulan'과 사회혁신 정보서비스 'Tech for Change'를 운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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