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먹는 스펀지! '올리오'

2017.03.14 14:24


2016년 개봉한 <딥 워터 호라이즌>은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대형 시추선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석유를 채취하는 시추 작업 중 폭발 사고가 일어나 시추선이 침몰하면서, 하루 평균 35,000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원유가 바다를 오염시킨 것이다. 장장 5개월에 걸친 수습 끝에 더 이상의 유출은 막았지만, 이미 우리나라 영토의 절반에 가까운 6,500만 평방킬로미터가 오염된 후였다.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재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물질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출 초기, 기름은 수면에서 사방으로 확산한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기름과 접하는 해수의 경계층이 넓어지면서 유막을 형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휘발 성분이 증발하면서 점성이 커지게 된다. 점성이 커진 기름은 수분을 흡수하는데 이 때 부피가 3~4배 가까이 커진다. 이 과정을 '유화'라고 하며, 유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오염물질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출된 기름의 확산을 신속하게 막는 것이 기름 유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방재 작업은 쉽지 않다.
이를 돕기 위해, 최근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올리오 스펀지(Oleo Sponge)'라 불리는 이 스펀지는 수면은 물론 수중에 분산된 기름 또한 흡수할 수 있어 방재 작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올리오 스펀지는 폴리우레탄 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구 쿠션부터 단열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제품들에 사용되고 있는 폴리우레탄 폼은 내부에 빈 공간이 많아 기름을 흡수하기에 충분한 표면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효과적으로 기름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바로 기름을 좋아하는 화학물질을 부착시킨 것이다.
연구진은 복잡한 나노 구조물 안에 단단한 금속 산화물 원자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는데, 이를 적용해 폴리우레탄 폼의 내부에 극도로 얇은 금속 산화물 층을 만들어 냈다. 이 '프라이머층(primer-)'은 기름을 좋아하는 분자를 부착시키는 풀과 같은 역할을 해 기름 흡수의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올리오 스펀지는 자체 중량의 30~90배에 달하는 기름을 흡수할 수 있다.
연구진이 뉴저지에 위치한 거대한 실험시설 오므셋(Ohmsett)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올리오 스펀지는 수면과 수중에 있는 디젤 오일과 원유를 성공적으로 흡수했다.
올리오 스펀지의 가장 큰 장점은 스펀지 자체를 재활용할 수 있고, 흡수한 기름 또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적인 방재 작업에서 사용되는 상업용 흡착제는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어 보통 사용 후 바로 소각 처리된다. 하지만 올리오 스펀지는 흡수한 기름을 짜낸 후 재사용할 수 있어 훨씬 환경 친화적이며, 유출된 상당한 양의 기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큰 강점이다.
연구진은 기술 개발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어떤 분자를 프라이머층에 부착하느냐에 따라 해수의 기름뿐만 아니라 다른 오염 물질의 정화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원하는 물질을 얻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마이소사이어티|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