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티셔츠를 기부하는 방법! ‘프로젝트 리팻’

육재서
2016.11.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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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14:58


“비 더 레즈(Be the Reds!)”라고 적힌 붉은악마 티셔츠, 혹은 엉뚱한 의미이거나 문법도 맞지 않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개발도상국 주민이 입고 있다. 우스꽝스러운가?
마냥 웃을 일은 아니다. 수혜자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선한 마음’만 담은 기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편함을 우리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케냐에서 비영리 교육 사업을 하던 로스 로어(Ross Lohr)도 그랬다. “조쉬의 성년식 날 미친듯이 놀았다!(I danced my ass off at Josh’s bar mitzvah)”는 해괴한 문구가 적힌 셔츠를 입은 사내를 본 것이다.
매년 NGO와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티셔츠를 무분별하게 던지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프로젝트 리팻(Project Repat)’을 시작했다. 선한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기존의 기부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선, 개도국 정서와 맞지 않는 티셔츠를 현지인에게 재구매해서 미국으로 돌려보낸다. (리팻[repat]은 ‘본국으로 송환한다’는 의미다.)
미국으로 모아 들인 수많은 티셔츠는 아기자기한 퀼트 담요로 재가공한다. 이 공정에는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폴라텍(PolarTec) 소재가 쓰여 환경 보호 효과도 있다.
퀼트로 재가공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는 티셔츠는 그대로 판매한다. 가령 유명 연예인의 얼굴이 박힌 티셔츠는 여전히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퀼트 담요와 티셔츠를 재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다시 개도국에 기부한다. 결국, 현지에서 티셔츠를 사들임으로써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재가공·재판매한 수익으로 현지 NGO를 지원함으로써 두 번 기부한 셈이다.
현재까지 프로젝트 리팻을 통해 판매된 티셔츠는 500만 장이 넘는다. 기부자의 ‘선한 의도’는 남기고, ‘실질적인 도움’과 ‘환경 보호’, ‘자원 절약’까지 이뤄낸 착한 기부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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