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 만들어가는 '착한 기업들'

Bizion
2013.03.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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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2 15:27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세계적 경영학자이자 현대 마케팅의 대부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의 저서다. 그는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면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기업이 착한 일을 하는 것은 의무를 넘어 전략이다"는 지론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올랐다. 코틀러 교수의 혜안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코틀러 교수의 말처럼 기업의 '착한 일 하기'와 '이웃과의 상생'은 기업에 최고의 생존ㆍ성장 전략인 동시에 임직원들의 능력과 소명의식을 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에서 이전과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이윤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는 단순한 기업사회적책임(CSR) 활동을 넘어 고객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착한 이윤'을 창조하고, 봉사활동을 통해 회사와 직원들이 갖고 있는 역량과 비전을 함께 나누는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니레버다. 이 회사의 폴 폴먼 사장은 "2020년까지 환경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매출을 2배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국내 기업 문화를 선도한다는 평을 받는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최근 삼성 임직원들은 재능기부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사실 삼성이 재능기부에 나선 것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글로벌 대표 기업인 삼성이 재능기부를 CSR의 주요 테마로 선정하고, 32만명에 달하는 삼성 임직원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삼성이 펼치는 재능기부 활동으로 올해 18만여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직업 멘토링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3만명 규모로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상담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는 고등학생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정보에서 소외되기 쉬운 지방대생들도 적극적으로 배려한다는 방침이다. 사회공헌활동과 장기적인 인재 발굴을 절묘하게 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생 대상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는 삼성의 대표적인 재능기부 사례로 자리 잡았다. 삼성 사장단과 사회 각계 인사들이 강사로 참여해 취업, 외국어, 인간관계, 공부법 등에 대해 실전 노하우를 전수하는 행사다.
한화그룹은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임직원의 재능기부를 가장 먼저 실천했던 기업으로 꼽힌다. 그룹 전 사업장의 임직원들이 공통으로 참여하는 △공부방 지원 사업 △장애-비장애아동 통합 프로그램 △저소득층 아동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전국 70여 개 사업장에 사회공헌 담당자를 두고 있어 사회공헌활동에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과 자원을 활용한 맞춤식 사회공헌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주)한화와 한화케미칼은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한화L&C와 한화건설은 저소득 가정과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실시한다. 한화손해보험은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래 인재에 대한 교육투자를 통해 사회공헌을 실현하는 기업 프로그램의 수준도 해를 거듭하면서 높아지고 있다. '꿈을 키우는 사랑 LG'라는 모토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LG전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실을 2006년부터 운영 중이다. 첨단 실험장비를 갖춘 특수차량을 몰고 전국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환경과학 강연극과 과학실험 수업을 진행한다. LG화학도 2005년부터 전국 지방 사업장 임직원과 인근 주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화학캠프를 주최하고 있다.
연강재단으로 상징되는 두산그룹의 사회공헌활동 중심에도 인재에 대한 투자가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간여행자', '드림스쿨' 등 프로그램은 최고의 전문가와 유명인을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게 해 소명의식과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덕체를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뜻이다.
1968년 기업의 봉사활동을 시작했던 포스코의 움직임도 재계의 사회공헌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 10월부터 부장급 이상 고위 임직원 960여 명이 1% 나눔운동을 벌여 지난 1년간 약 15억원을 모금했다. 포스코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동반성장에도 힘쓰고 있다. 포스코 벤처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벤처기업 육성에 나서는가 하면 사회적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포스위드, 포스에코하우징, 포스플레이트, 송도SE 등 4개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했다. 2008년 이후 4년간 930여 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해 자생력을 갖춘 포스플레이트와 송도SE는 그룹에서 분리됐지만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기업이념을 계속 지키고 있다.
그룹의 총수 역시 적극적인 사회공헌에 나서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1년 8월 개인기부로는 국내 최대 금액인 5000억원 등 총 6500억원을 '현대차 정몽구재단'에 기부해 미래 인재 육성에 쓰고 있다. 이 재단은 최근 교육 사업과 장학 사업을 포괄하는 '온드림스쿨'을 발족하고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미래 인재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교통사고 피해가정 학생, 소년소녀 가장 학생, 탈북 대학생 등 1만50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한순간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지금처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만 고객이 아니라 기업활동의 영향을 받은 모든 국민이 회사의 고객이라는 인식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 :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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