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성장 기업의 비밀, '공유가치창출(CSV)'

Bizion
2014.04.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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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5 10:33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모든 협력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하고, 그룹은 지역사회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년 화두로 그룹 사장단과 직원들에게 던진 미션이다. 지난 연말 삼성 사장단 워크숍에서 다뤄졌던 마하경영과 초격차, 공유가치창출(CSV)을 이 회장이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한국 재계는 CSV에 주목하고 있다.
나눔과 기부 활동에 주로 집중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넘어서 CSV를 경영 전반에 적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CSV는 불확실한 기업 경영 환경을 보완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 이석근 대표는 "기업 존립을 단번에 위협할 수 있는 돌(악재)이 어디에서 날아올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CSV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면서도 기업 경영에 위협이 되는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영학회,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처럼 CSV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자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ㆍ사회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편으로 주목했다.
지난해 8월 통합경영학회 하계 세미나에서 CSV소사이어티 창설을 선언했고, 기업ㆍ학계ㆍ언론계가 동참해 CSV라는 새로운 경영의 틀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창립기념식을 열고 회원사들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과 1차 교육을 2월 중 진행했다. 가입을 확정하거나 이미 가입한 기업과 단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주요 그룹의 핵심 계열사와 기관을 포함해 40곳이 넘는다.

CSV소사이어티 창립에 힘을 보탠 경영학계 역시 힘을 내고 있다. 기업들의 CSV 사례를 공유하고, 이론과 실제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업들도 그동안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CSV 활동의 실재를 공유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작업에 열심이다. 지난달 열린 워크숍에서는 현대차그룹, SK그룹, CJ그룹, 엔씨소프트 등 대기업과 중견 벤처기업이 그동안 진행해온 CSV 사례를 발표하면서 회원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신임 한국경영학회장에 취임한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올해 경영학계는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맞춰 기업의 경영혁신, CSV의 보급과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학자들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CSV소사이어티는 CSV를 향후 기업의 주된 경쟁력으로 생각하며 CSV 확산에 관심 있는 기업(공기업 포함)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회원사에는 한국경영학회 기관회원 자격이 주어준다. (가입문의 : csvsociety@naver.com)
지난달 27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주제로 한 한국경영학회의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선 향후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이윤 추구가 동시에 달성되는 CSV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본질적으로 이익 극대화와 무관하고 기업의 비용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상황에선 오래가기 힘들다. 유창조 동국대 교수는 "CSR와 CSV는 반드시 구분해야 할 개념"이라며 "CSV는 프로젝트나 사업을 개발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배정된 예산을 활용하는 CSR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CSV는 전사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며 장기적인 성과를 지향한다.
유 교수가 CSV의 예로 든 대표적인 사례는 CJ의 미네워터 마케팅이었다.
미네워터는 가격을 알려주는 바코드가 두 개 찍혀 있다. 위쪽 바코드를 누르면 정상가격이 표시되지만 아래쪽 바코드를 누르면 100원이 더해진 가격이 찍힌다. 고객이 아래쪽 바코드를 찍으면 고객이 100원, CJ가 100원, 훼미리마트가 100원을 내 총 300원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부된다. 유 교수는 "소비자가 기부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창의적인 CSV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CSV를 실행하는 브랜드 가치가 증진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종업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이직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 교수는 소비자 연구 결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윤리소비에 매우 높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일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윤리소비나 친환경소비는 과시적 소비보다 훨씬 소비 행복도가 높았다.

CSV를 통하면 고객 기반을 넓히면서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한킴벌리는 지금까지 복지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시니어 세대를 적극적인 생산과 소비 주체로 내세웠다. 그 결과 고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매출도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선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세대를 적극 채용하는 시니어 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시니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50인 이하의 소기업을 발굴해 적극 지원한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시니어 세대를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해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자리 창출은 유한킴벌리의 매출 증대로 연결된다. 최규복 사장은 "시니어 세대의 구매력이 늘어나면 우리 회사의 시니어용 제품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는 '골든 프렌즈' 가게를 통해 시니어 제품을 적극 판매하고 있다. 골든 프렌즈는 사회생활에 적극 참여하는 50ㆍ60대를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 세대의 활동을 돕는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유한킴벌리가 성인용 기저귀의 구전 마케팅에 시니어 고객을 참여시킨 것도 CSV의 한 예다. 요실금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많지만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성인용 기저귀 판매는 전체 기저귀 시장의 10%에 불과했다. 일본에선 영ㆍ유아용보다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가 더 큰 것과 대조적이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고객에게 주변에 성인용 기저귀를 소개하는 일자리를 만들어줬다. 이들의 적극적인 구전 마케팅으로 유한킴벌리의 매출은 증대됐고 시니어층의 소득도 늘어났다.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해 CSV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도 제시됐다. 유관희 고려대 교수는 북유럽의 건설회사 스칸스카가 그 같은 사례라고 밝혔다. 스칸스카는 DIY(Do It Yourself, 가정용품의 조립ㆍ제작을 고객이 직접 하는 것) 가구회사 이케아와 협력해 고객이 스스로 조립할 수 있는 주택 상품을 출시해 매출을 늘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CSV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공헌하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독일의 보쉬지멘스는 빈민들의 낡은 냉장고를 회수하고 절전형 신형 냉장고를 무료 제공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받아냈다. 구형 냉장고에서 새어 나오는 냉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지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정부를 도운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서 CSV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관희 교수 역시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은 중소기업들이 만들어서 상품화하기 쉽기 때문에 중소기업도 CSV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
공유가치창출(CSV) : 기업이 사업 활동을 통해 이윤도 창조하면서 사회에 공헌하는 가치를 창조하자는 개념이다.
글 : 김은표,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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