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슬리퍼의 대명사 '플립플랍'의 성공 스토리

Bizion
2014.10.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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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6 13:33


올해는 많은 사상자를 낸 동남아 쓰나미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영국인 롭 포르칸과 폴 포르칸 형제에게 2004년 쓰나미는 큰 아픔이다. 당시 17세 15세였던 그들은 스리랑카를 여행하는 중에 쓰나미를 만나 부모를 잃었다. 졸지에 고아가 된 것이다. 그러나 포르칸 형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충격을 극복하고 20대 나이에 주목받는 사업가가 됐다. '플립플랍' 신발 사업을 시작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고아인 자신들이 다른 고아를 돕는다는 뜻인 '고아를 위한 고아들(Orphans for Orphans)' 미션을 펼치고 있다.
독특하게도 형제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술'이었다. 어느 날 숙취 상태로 잠에서 깬 롭은 "내 입 안이 간디의 플립플랍과 같아"(I have a mouth like Gandhi`s flip-flop)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과음으로 인해 입안이 건조한 상태를 뜻한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가 신었던 메마른 신발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그 순간 롭은 간디스 플립플랍(Gandys Flip Flopsㆍ이하 간디스) 브랜드로 신발을 팔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간디스는 이 같은 창업자의 슬픈 개인사와 독특한 창업 아이디어, 선행 등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형제는 인터뷰에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우리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간디스를 지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형제는 이 같은 스토리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경계했다. 형제는 "결국 리테일 시장에서 매출을 내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스토리가 아닌 최상의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포르칸 형제와 공동 인터뷰한 내용이다.

- 간디스는 자체적으로 자선단체를 설립한 게 눈에 띈다.
간디스의 수많은 고객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우리는 2013년 자선단체인 '간디스 재단(Gandys Foundation)'을 설립했다. 우리 자선단체의 유일한 목적은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영양ㆍ의료ㆍ교육 등이 부족하고 안전한 거주지가 없는 어린이들을 돕는 것이다(간디스 재단은 인도 고아(Goa) 지역에 올해 고아원을 설립할 예정이며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간디스의 순이익 중 10%가 재단에 기부된다. (형제의 자선 활동은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형제의 부모는 운영하던 패션회사와 집 등 전 재산을 정리한 다음, 개도국을 돌며 자선활동을 펼쳤다.)
- 순이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다양한 기부금 마련 방법이 있다. 예로 연례 자선모금행사인 '인터내셔널 플립플랍 데이'가 있다. 이날 사람들은 네 가지 방법으로 '고아를 위한 고아' 미션에 참여할 수 있다. 첫째는 간디스 플립플랍을 신는 것이다. 둘째는 간디스 플립플랍을 신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orphansfororphans'라는 태그를 붙여 올리는 것이다. 셋째는 문자메시지로 2파운드를 기부하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정해진 날에 간디스 홈페이지에서 제품 구매를 하는 것이다. 사이트에서 한 가지 제품이 구매될 때마다 간디스는 재단에 5파운드를 기부한다.
- 투자자를 찾는 방법이 재미있다. 일반적인 투자 유치와는 정반대 '역발상'으로 투자를 받아냈다.
'정체를 숨긴 백만장자(The Secret Millionaire)'라는 TV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백만장자 사업가들을 선술집(pub)으로 초대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우리 회사에 어떻게 투자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당시 편안한 복장에 플립플랍을 신고 있는 포르칸 형제는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부탁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자신들에게 맞는 투자자를 선정했다. 일종의 투자자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최종 투자자로 선정된 도미닉 리스트는 우리 사업에 딱 맞는 투자자였다.

-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특별한 지지도 받았다. 브랜슨 회장은 '인터내셔널 플립플랍 데이'를 맞아 이에 대한 글을 직접 작성하고 간디스의 플립플랍을 신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다.
브랜슨 회장의 지지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 형제에게 그는 항상 큰 영감이 됐다. 그는 우리 여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개인 소유 섬인 '네커 아일랜드'에 간디스 제품을 쌓아둘 정도다. 그가 쌓아둔 신발 제품 이름은 원래 '도쿄 레드 간디스'였지만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네커 레드'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 사실 플립플랍은 흔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간디스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 감동적인 스토리 때문에 간디스는 특별한 제품이 됐다. 간디스가 브랜슨 회장 등 유명인들의 지지를 받고 셀프리지 등 대형 백화점, 톱맨(Topman) 등 유명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이유도 이 같은 스토리 덕분인 것 같다.
리테일 산업에서 매출을 이끄는 것은 최상의 제품이다.
물론 간디스의 설립 여정에 대한 스토리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매력 발산'을 하는 데 일조했다. 그렇지만 대형 백화점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좋아야 한다. 견고한 제품만이 소매업체의 마음을 사로잡고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게 만든다.

글 :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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