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공감'하면 행동으로 '감동'한다

Bizion
2014.07.2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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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2:45


당신이 말을 하니 그 사람이 웃는다. 밝고 환하게 기뻐서 웃는 웃음을. 당신이 마음을 담아 노래하니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린다. 감동하며 고맙다는 눈물을. 당신이 누군가의 얘기를 들려주니 그 사람이 아파한다. 안타까움과 연민의 아픔을.
우리는 누군가의 진심 혹은 진실을 마주할 때 웃거나 눈물 흘리거나 분노하거나 그리워한다. 그 사람에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공감은 사람 사이에 가장 귀하게 오가는 기분이다. 대화를 하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싶기 때문일 것이고, 또 공감을 얻었을 때 위안과 행복을 느낀다. '가까운 사람'이란 건 당신의 상황과 성격을 잘 알기에 '더 쉽게, 더 많이 공감해주는 사람'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티어스 인 헤븐)'은 기교 없이 담담하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와 서정적 멜로디로 세계적 히트를 쳤다. 하지만 이 노래가 지어진 배경은 특별하다. 사고로 죽은 어린 아들을 생각하며 지은 노래다. 슬럼프에 빠져 가족에게 소홀했던 클랩튼, 하지만 아들은 그를 무척 따르며 좋아했다고 한다.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 - 죽은 아들의 스토리를 노래>
그날도 아들은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른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새 아파트에서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애틋함이 사무쳤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아들의 편지에 답장하는 마음으로 지은 이 노래를 통해 아버지는 용서를 빌고 사랑을 전했다.
무심코 듣던 노래에 뮤지션의 아픔이 배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 노래는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선다. 아들을 잃은 아빠의 마음이 힘들 거라는 건 누구나 알기에, 더 크게 마음을 두드리게 된다. 더 아릿한 마음이 든다. 스토리의 힘, 공감의 힘이다.
비틀스의 '헤이 주드'도 어린 소년에게 보내는 노래다. 존 레넌이 오노 요코와의 사랑을 위해 이혼하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존 레넌의 아들 줄리언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 물론 스토리를 몰라도 '헤이 주드'는 좋은 노래다.
하지만 어린 소년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더 큰 위로를 느끼게 하고 감성을 갖게 한다. 힘든 시기에 이 노래를 듣는다면, 마치 비틀스가 줄리언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듯한 '공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만든 작품들은, 기계로 찍어내듯 단순하게 만들어진 것들이 가질 수 없는 아우라, 공감, 감동을 준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일룸은 '당신의 생각을 생각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2014년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둘만의 공간을 처음 마련하는 신혼부부에겐 가구는 가구가 아니다. 어떤 소파를 좋아할지, 어떤 의자를 좋아할지, 이런 테이블을 놓으면 얼마나 기뻐할지, 상대방을 배려하고 맞추는 '생각'이다. 내 기준보다는 당신이 어떤 걸 마음에 들어 할지를 먼저 생각한다.

<일룸의 '당신을 생각합니다' 캠페인 - 상대방을 배려한 '의자 스토리'>
가구 디자이너로 등장하는 모델 공유는 그래서 늘 상대방 생각뿐이다.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 디자인의 시작이다. 공간을 마주하게 된 연인이 가구에서 사랑을 느끼고 배려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를 생각하고 만든 가구, 그리고 그 가구를 놓은 공간은, 그 순간부터 우리만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데 하나는 검은색이고 하나는 흰색의 차이뿐이라면 그 물건은 그냥 두 개의 의자일 뿐이다. 하지만 하나는 일반 의자이고, 나머지 하나는 누군가 나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리며 만들었다면 두 의자의 차이는 커진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생각한다는 건, 가구를 단순한 가구이지 않게 한다.
일룸이 주려고 하는 가치도 여기에 있다. 찍어내듯 만들지 않고, 디자인연구소를 만들어 투자하고, 친환경 소재를 쓴다. 수시로 세일을 하며 싸게 만들어 짧게 쓰고 버리는 가구와는 다르다.
가구도 오래 두고 쓰면 그 사람의 인성이 밴다. 아버지가 늘 앉아서 신문을 읽던 의자는 아버지가 앉지 않아도 아버지의 따뜻함이 보이고, 엄마가 늘 커피를 마시던 식탁은 엄마가 없어도 엄마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스토리의 가장 큰 힘은 공감이다. 우리가 삼류라고 분류하는 작품들은 공감에 서툴다. 주인공은 늘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주위엔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천사 같은 남자들이 대기하고 있고, 오직 주인공을 망가뜨릴 생각만 하는 악인들이 등장하고…. 우리는 이런 스토리를 막장이라고도 부른다. 현실과 동떨어져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완성도도 결국 공감의 문제인 것이다.
요즘은 펜을 들고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 좋은 구절이 나오면 줄을 치고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혹시 그런 책이 있다면 어떤 대목에 줄을 쳤는지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보시길 권한다.
어느 구절 하나 동의하지 않은 것이 없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글로 정리했는지 감동 아닌 것이 없을 것이다. 감동은 결국 공감의 크기다. 모든 훌륭한 예술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작품이다.
글 : 신숙자 (HS애드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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